손님의 사랑방 - 오시는 손님들의 영상 작품을 게시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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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손 詩 . 고원(高遠) 저녁 냄새가 번지는 미소 그쪽으로 가까이 가면서 나는 유난히 커다란 모나리자의 손을 느낀다 두껍고 따뜻하다 이 손은 나의 어느 부분이든지 스쳐가거나 휘감을 수 있고 나를 저 아래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소 뒤의 세계는 그 손, 큰 손 때문에 어둡고 차지 않은가 놀빛 속에 입술이 흐르는구나 오늘은 멀고 오늘은 멀고 오늘보다 먼저 내일이 오는 지점에 꽃냄새를 맡듯이 마음이 멎는다 꽃냄새는 없는데, 자리는 비었는데 거기엔 분명히 와야 할 아무도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다만 마음으로서 한결 충만해짐을 느끼는 것일까 풍만한게 아니라 꽉 차 버리는 포말(泡沫)의 포화 상태 그것은 밀리고 밀린 '미움'의 포화(飽和) 사랑스러워서 사랑하고 싶어서 모든 가슴에 사무친 미움을 노래할 시를 쓴다면 이 순간에도 여유가 생길까 보다 기억으로 통하는 아름다운 별들의 밝은 공간 이런 때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음을 토하는 귀뚜라미 소리는 단절이 없이 숨이 막힐 뿐 땅에는 갔어야 할 어제의 무거운 그림자가 우둔한 채 또 다시 오늘은 멀고 내일이 멀리 머리를 든다 하나만의 태양과 하나만의 심장 (그 속에 내가 사는 당신의 눈은 실상 당신께서 준 일이 없더라도 좋은 것입니다) 저 수많은 별들이 뚝뚝 떨어져 모조리 떨어져 행여 별 없는 하늘 아래 엎드릴지라도 오직 하나만의 태양은 헛되지 않아 이 충만한 동맥이 콸콸 터져 어쩔 수 없이 터져 행여 비웃음이 남을지라도 나 하나만의 심장을 다져 가리라 밤이면 밤을 지켜 촛대를 받쳐들고 낮이면 산에 올라 바위를 구을리고 먼길 위해서 스스로 어려운 시험을 선택한 것은 스스로 저질러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이 또한 어쩔 수 없던 지난날의 허물이기에 비밀은 없이 더구나 조건도 불편도 없이 이렇게 즐거이 무릎을 꿇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 여기서 또 무엇이 있으며 여기서 또 무엇이 없는가 하나만의 태양과 하나만의 심장과 그리고 그것을 비치는 드맑은 눈과 그리하여 더 어려운 시험만이 있으라 (그 속에 내가 사는 당신의 눈은 실상 당신께서 준 일이 없더라도 좋은 것입니다.) 저자소개 ◇ 이름 : 고원 (고성원) ◇ 출생 : 1925년 1월 1일 ◇ 출신지 : 충청북도 영동 ◇ 학력 : 동국대학교 ◇ 경력 : 미국 라번 대학 교수 충북 영동 출생 동국대 영문과 졸업. 도미하여 조지타운대학 대학원에서 언어 학을 연구 현 미국 라 베른 대학교 교수 비교문학 박사 삼인시집 '시간표 없는 정거장(1952)으로 데뷔 미국 아이오와 대학 출판부를 통해 '현대 한국 시집(1970)'을 영역 간행하여 해외에 한국 현대시를 소개하는데 크게 기여 저서 : 이율의 항변(1953), 태양의 연가(1956) 눈으로 약속한 시간, 오늘은 멀고.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