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사랑방 - 오시는 손님들의 영상 작품을 게시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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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슬픔이 태어났을때 When My Sorrow Was Born 내게 슬픔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것을 조심스레게 가슴에 품고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았습니다. 그래서 내 슬픔은 자라났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처럼 강하고 아름답게 경이로운 즐거움을 가득 안고서.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은 서로 사랑했습니다. 또한 우리 주위에 펼쳐진 세계까지도 사랑했습니다. 슬픔은 따스한 마음씨를 지녔고 그를 대하는 내 마음도 따뜻해졌으니까요.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낮은 날개 돋친 듯 지나가고 밤은 꿈으로 감싸였습니다. 슬픔은 말솜씨가 뛰어났고, 그를 대하는 내 말솜씨도 유창해졌으니까요.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이 함께 노래할 때면 우리 이웃들은 저마다 창가에 앉아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의 노래는 바다처럼 그윽했고 우리의 가락은 낯선 추억으로 가득 찼으니까요. 나의 슬픔과 나, 이렇게 둘이 함께 걸을 때면 사람들은 띠스한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고 달콤하기 그지없는 말들을 속삭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우리를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의 슬픔은 고결하였고 나는 그런 슬픔이 자랑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나의 슬픔은 죽고 말았습니다. 살아 있는 모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혼자 남아 곰곰이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이젠 말을 하면 내 말들은 무겁게 내 귓전에 내려앉습니다. 노래를 불러도 이웃들은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길을 걸어도 누구 하나 나를 쳐라보는 이 없습니다. 오직 잠이 들어서만이 연민에 찬 음성이 들려옵니다. "보세요. 저기, 자기 슬픔이 죽은 자가 누워 있어요." 그리고 내게 기쁨이 태어났을 때 And When My Joy Was Born 그리고 내게 기쁨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것을 팔에 안고 지붕에에 올라가 소리쳤습니다. "이봐요, 이웃 사람들, 보세요. 오늘 내게 기쁨이 태어났어요. 이리로 와서 햇살 아래 웃고 있는 이 반가운 녀석을 좀 보세요." 그러나 누구 하나 내 기쁨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참으로 놀랐습니다. 그 후 일곱 달 동안 매일같이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내 기쁨을 외쳐 댔는데도 거들떠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찾아주는 이 하나 없이 나의 기쁨과 나는 외톨이었습니다. 그리고 내 기쁨은 점점 야위고 창백해져 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아닌 그 누구도 사랑스런 그 녀석을 안아 주지 않았고 그 누구도 그의 입술에 입 맞춰 주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내 기쁨은 외로움 때문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죽은 내 슬픔에 대한 추억을 통해서만 죽은 내 기쁨을 기억할 뿐입니다. 그러나 추억은 가을날의 낙엽과도 같아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속삭이다 마침내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