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황금찬



겨울 미루나무는 구름보다 차다
바람이 부는 날
까치집은 낙엽보다 외롭다

저 산길에 아기노루가 춥겠다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는 돌아오지 않고

어두움에 싸이는 까치집
바람이 부는 날엔 아기노루처럼 서럽다





꿈은 꿈으로 있어라

분수는 3월의 꿈을 꾸고 있었다.
솟아 올라라
저 구름의 날개 머리채를 바람에 휘날리며
솟아 오르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20대의  친구 k는
긴 꿈을 보물보다 중하게 가지고 있었다.
어느 대학 예과에 합격하는
사실보다 중한 꿈을 꾸고 있었다.

별은 하늘에서 빛이 나고
피어 있어야 꽃이다.

친구 K는
3월이 오기 전에 꿈을 잃었다.
누구의 내일 같이 꿈으로만 남게 되었다.
호수에 떠 있는 별은 이미 별은 아니다.






보리고개

보리고개 밑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아버지의 눈물, 외할머니의 흐느낌,
어머니가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다.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눈물을 생각한다.

에베레스트는 아세아의 山이다.
몽브랑은 유럽,
와스카라는 아메리카의 것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우리는 누구도 뼈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코리어의 보리고개는 높다.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 굶으며 넘었다.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코리어의 보리고개,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海拔 구천 미터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회원님이 촬영한 hkc_photo01.


황금찬



출  생 : 1918년 8월 10일
출생지 : 강원도 속초
1946년-1978년  강릉농고,서울동성고,강릉사범 교사
1948년  잡지'새사람'에 시 게재 - 늘봄전영택 발행
1953년  '문예'로 문단 데뷔 - 모윤숙발행, 박목월추천
1955년  문학'현대문학'으로 재데뷔 - 박두진 추천
1968년-1980년  중앙신학대 기독교문학과 교수
1980년-1994년  추계예술대, 숭의여전 한국신학대 강사


1965년  시문학상
1973년  월탄문학상
1980년  대한민국문학상 '시부문'
1982년  한국기독교문학상
1990년  서울시문화상
1992년  문화의 달 보관문화훈장
1996년  제28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 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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