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위하여

청하 권대욱

약간은 푸른빛이 감돌던 실핏줄에는
긴 밤 지새우던 달빛이 녹아들었고
가끔은 별빛도 슬그머니 얹혔던 빈 가지

각시멧노랑나비가 찾아오기 전날은
심장이 빨개지도록 수줍지만
동짓날 긴 밤부터 지새워 기다림을 시작해야 한다

늘 기다림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그날부터
푸른 피는 대지에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고
봄은 그 즈음에서야 아름다운 것들의 노래가 되었다

물안개가 첫봄임을 알려주는 날은
여태 본 적 없는 고운 꽃을 피워낼 것이고
끄트머리 휘어진 진달래 끝 가지가
석양의 넋을 받아 붉은 꽃도 피워내는 날

아직도 나는 이 능선에서 혼자 너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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