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나무
청하 권대욱
하늘이 푸짐하게 장막을 친 날
마음 한 자락 놓아버리면
허망스러움 잠긴 골짜기
여울에 일렁이는 창천(蒼天)
익어가는 눈빛이 파랗게 보이고
은행 알 익어가듯
덩그러니 싯누런 상현달
끝 가지에 걸렸던 허술한 미소일까
여전히 바싹 마른 가지에 걸려
포만 겨운 물가에서
여민 달그림자
숨길마저 얼어버린 밤
파르라니 쌓였던 잔설을 밟았더니
발걸음 아랫녘에 펼쳐진 오만스러움
오지랖 넓게 한껏 머금었을 샛별
여태 남은 세상의 슬픔
지나버린 한 조각의 그리움
미련 담은 탐욕의 끄나풀도
여명에는 헐벗은 가지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