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2/김춘수(金春洙)


바람도 없는데 꽃이 하나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것을 주워 손바닥에 얹어 놓고
바라보면 바르르 꽃잎이 훈김에 떤다. 화분(花粉)도 난[飛]다. '꽃이여 !'라고
내가 부르면 그것은 내 손바닥에서 어디론지 까마득히 떨어져 간다.

지금, 한 나무의 변두리에 뭐라는 이름도 없는 것이 와서 가만히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