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이 가슴에 내리는 날 / 오광수


방안에 가득히 커피향이 내리는 저녁에
스탠드 작은 불빛을 뒤로하고 서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습니다.

하나둘씩 켜져 가는 아파트의 불빛들이
제각각 오늘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가지고
내 눈앞까지 와서 커피잔 속으로 하나하나 들어갑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불러낼까?
두 손으로 감싸쥔 하얀 잔에는
누군가 가슴 뛰는 황홀한 고백이 먼저 나옵니다
참 곱지요?
가슴에 안긴 향기 때문에 그 사랑이 더 곱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서로 아끼는 대화도
진한 커피 색깔만큼이나 뭉클합니다
밤이 깊은 만큼 새벽이 가까웠노라고
고생하는 아내를 다독이는 정겨움은 정말 좋습니다
마주보며 웃는 아내의 미소는 더 좋습니다.

저녁에 이렇게 커피 한 잔을 마시노라면
진솔하게 만나는 사람들과
열심히 보듬고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
진정한 행복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