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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 차영섭
눈썹만한 코스모스 씨앗 한 알이
꽃대궁에서 하늘거리다가
차갑고 모진 바람에 실려 땅에 떨어진다.
눈이 오면 하얀 눈의 씨앗이 되고
얼음이 얼면 하얀 얼음의 씨앗이 되어
한 겨울,그렇게 울어야만 한다.
연약한 몸이 얼고 하얀 피마저 멈춘다.
몸을 움츠리고 눈을 감은 채로
동면에 드는 씨앗.
하얀 곰이 된다.
겨울 나그네의 겨울 나기는 인고忍苦인가.
차가운 도시의 밤 거리에서도
하얀 곰들을 본다.
긴 고통의 시련이 지나면
대지가 숨 쉬고 훈풍이 불어 와
씨앗의 몸도 슬슬 풀리는 날이 오리라.
그러면서 기력이 회복되고
아래로는 뿌리를 내리며
위로는 싹을 틔우는
겨울 나그네의 푸른 하늘이 있으리라.
현실은 모두 꿈이 되고
그들에게 아름다운 현실이 다가오리라.
새 봄의 코스모스 씨앗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