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평엔 억새가 있었네 / 오광수 *
그곳은 소리없는 기도의 고향
하늘로 하늘로 소망을 피우는 곳
산아래 착하게 살고자 하는 우리네가
피해오고 밀려오고 쫓겨와서는
서럽고 답답한 가슴 한 짐,
편할 날 없던 고달픈 육신 한 짐
힘들어도 내려다보는 그 맛에 다 벗어놓는다
무슨 큰 욕심이 있으랴
소박한 바램들을 이곳에 훌-훌 뿌리면서
"내려가면 이젠 잘될 거야" 하는 마음들이
저기 저 하늘 닿는 곳에서부터
사자평 가득히 억새로 피어나서
석양에 아름다움이 되어 가슴으로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