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악마적 매혹
글 / 윤 정 덕
가을 숲길
새벽안개로 덮인 텅빈 산
산허리를 낀 강으로
바람이 이는 듯 합니다
바람은
먼 그리움을 머리에 이고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아직, 세상사는 일로
더덕더덕 달라 붙어있는
누더기 같은 인연의 음영(陰影)들을
다 내려놓지도 못했는데
"벌써 그리움이
생글거리며 돌아옵니다"
돌아보면...
사랑, 끝간데 없는
그 악마적 매혹처럼 가장 오만하고
세련 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중독이었습니다
그러나 욕망과 질투
상처 받으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으로
지금은 몹시 아픔입니다
그저
그 사랑이 내 안에서
소멸되기를 기다릴 뿐 입니다
사랑은
원할 때 멈춰지지를 않는
가장 지독한 악마적 유혹입니다
그 유혹, 너무 솔직해
내면 깊숙한 곳에서 퍼덕이는
잔뜩 겁에 질린
내 안의 작은 맥박 소리에 놀라며
오늘도
사랑, 그 악마적 매혹으로
저녁 해질 녘
아픈 사람으로 변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