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머물고 있는 길가에서/오광수 가을이 머물고 있는 길가에는 이름 모를 하얀 들꽃 속에서 먼길 장사하러 가시며 어린 자식들 떼놓고 가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질 않아 몇 번이고 뒤돌아 보시던 어머니의 눈물을 봅니다. 흰 수건 머리에 쓰시고 장사 보따리 그 위에 얹고 싸리 대문 나서다가는 발걸음 돌려서 부엌으로 가시며 "늦더라도 밥 챙겨 묵거라" 찬장에 반찬 몇 가지 솥 안에 감자밥, 열어보이시던 어머니 이맘때쯤 산골마을은 서리도 일찍 오고 먼길 바쁜 걸음으로 가셨을 길은 찬서리가 발등을 시리게 했을 텐데...... 가을이 머물고 있는 아침 길가에 하얗게 수건같이 핀 들국화에도 그때 그 서리 녹아 방울 방울 어머니 눈물같이 맺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