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
시/雲停 김형근
안개가 우암산을 가리고
굼벵이처럼 아침이 기어온다.
정비소처럼 기름 낀 병실
제 몸 모두 수리중인데
지난 밤 찌든 술로
고양이처럼 졸고 있다.
농부 땀방울 영그는
연어알 같은 가을
창 밖으로 내려앉은 마을 보니
옛 생각 구름을 탄다.
냉이, 벌금자리, 씀바귀나물
옛 동무 모두 떠나
쭉정이 같이 시들어 간다는데
이제라도 고향에 가고싶다.
당근, 우엉, 정구지 심어 먹던
옛 집 텃밭
씨뿌려 쭉정이라도 열릴 밭
추억으로 사라졌지만,
가을전어 좋아하는 아버지처럼
해삼, 멍게 좋아하는 어머니처럼
입맛 나는 가을
공전이 놀던 고향에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