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깃든 곳을 흔들며 일어서는 바람 ◈

- 김영천

  
  
  

  ◈ 제 깃든 곳을 흔들며 일어서는 바람 ◈

-김영천




나뭇잎 대신 매달렸던 바람들이

우루루 일어선다


꽝꽝한

가지들이 메마른 손을 털며

성난 파도 같다



제가 깃들던 온 숲을

일순에 일렁이어놓고는

마침내

우리들의 창문 앞까지 다달았다



모든 풍경을

흔들어 깨운다



어떤 분노일까

내 한 때의 그리움이

저렇듯 무모하였거니와

혁명의

흔적이 아직은 곳곳에 남아

지금도 가끔씩 쓸쓸하다



문득 창문을 열면

훅, 밀치며 들어오는 냉소에

저 깊은 곳에 남아 있던

우두둑 꺾이는 기억의 뼈마디

소리,

그 따위 자유가 우리에게 남은 전부다



서둘러 창을 닫아 나 대신

바람을 가두고

내가 외려 세상 밖에서

은둔한다



유물처럼

그렇게 서서히 잊혀진다


     -김영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