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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잔 앞에 두고 / 오광수 ○ 비 오는 날 산사(山寺)에서 얼굴 잊겠다던 스님께 햇차(雨前茶)를 대접받든 날 마주하신 맑은 얼굴이 두 번째 찻물 속에서 나를 향해 파르스름 피어난다 풍경소린 아니 들리고 또르르 차 따르는 소리만 방안에서 눕는데 옷깃을 풀어헤친 비구름이 지리산을 껴안으며 나로 하여금 눈감게 한다 속세(俗世) 손으로 받았지만 무량(無量)가슴으로 이어지는 한없는 이 따스함 세 번째 찻물 따르는 소리가 무욕(無慾)으로 다가온 산의 순수가 되어 탁한 유혹들을 씻어내고 회한(悔恨)으로 드는 차 한잔 눈가엔 이슬 한 방울, 밖에는 비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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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2 18:27:51 (*.105.151.89)
오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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