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사랑한다면 그렇듯 사랑한다면/김윤진




대낮임에도 어둑어둑한 날
비가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적잖이 당황하게
절절한 고백으로 이어지는
뜻밖의 전화
아득한 저편에서 들리는 애련은
목숨 같은 사랑이라고

철없던 시절은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을 원했지만
지금은 편안한 사랑
서로 하나인 듯한
묵은 사랑이 좋습니다
어찌 사랑이라 합니까
고통이 전화를 타고
무섭게 밀려오는 것 같아서
우울한 마음은
더욱 불안함으로
짓누르는 시간이었습니다

“투명하게 살리라” 라는
잎새 가슴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사랑한다면 그렇듯 사랑한다면
홀로 사랑법의 배려가 있기를
오늘은 날씨처럼
마음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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