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앞에 내가 서있습니다
                    -詩- 조용순 
당신의 고요한 눈빛이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시간이면 
억새풀에 마음 베이던 
상처가 치료 됩니다 
언젠가 당신 음성 듣지 않으려 
귀 막고 흔들던 숱한 사연들이 
어수선한 골짜기에 나뒹굴다 
혼신으로 기어 올라 
당신 앞에 서있습니다 
쇠약해진 마음 자락 
꽃 한 잎도 피우질 못하고 
쓸쓸히 강가에 쓰러졌다 
무심히 흐르고 말 것 같아 
오늘도 당신 옷자락에 매달려 
내 서러운 마음 모두 내려 놓습니다 
당신의 하얀 입김만으로도 
어둠이 물러가기에 
머리 숙여 당신 앞에 
내가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