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hlil Gibran

        여우 The Fox [THE MADMAN] 어떤 여우가 아침 햇살에 드리운 자기 그림자를 보고 말했다. "오늘 점심으로는 낙타를 한 마리 먹어야겠는걸." 그리고는 오전 내내 낙타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나 점심 때가 되자 자기 그림자를 보고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생쥐 한 마리면 되겠군." 두 우리 The Two Cages [THE MADMAN] 아버지의 집 정원에는 우리가 두 개 있었다. 한 우리에는 아버지의 노예들이 니느웨 사막에서 잡아 온 사자가 한 마리 들어 있었고 다른 우리에는 노래도 부르지 못하는 참새가 한 마리 있었다. 매일같이 동이 틀 무렵이면 참새는 사자에게 아침인사를 한다. "잘 잤어, 포로 동지?" 개미 세 마리 The Three Ants [THE MADMAN] 어떤 사람이 따스한 햇볕을 쬐며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그 사람의 콧잔등 위로 개미 세 마리가 지나가게 되었다. 그들은 제각기 자기 종족의 관습대로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뒤 거기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첫째 개미가 말했다. "여기 이 언덕과 들판은 내가 본 곳 중에서 가장 메마른 곳이야.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낟 하나알 보이질 않으니 말이야." 둘째 개미가 말했다. "나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오솔길까지 다 뒤져봤는데, 무엇 하나 먹을 게 없더군. 내 생각에 여긴 바로 우리 고장 개미들이 말하는 부드럽고 움직이는 불모의 땅이 틀림없어." 그러자 셋째 개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들어 봐. 우린 지금 우리로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전능하신 개미신 위에 서있는 거라고. 그분의 몸은 어찌나 큰지 우리로서는 볼 수도 없고 그분의 그림자는 너무 넓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도 없어. 음성도 너무나 우렁차서 우린 들을 수도 없어. 그분은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야." 셋째 개미의 말을 듣고 있던 나머지 개미들은 기가 막힌 듯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바로 그때, 잠자던 사람이 몸을 뒤척이다 손으로 콧등을 긁는 바람에 세 개미는 모두 으깨져 죽고 말았다.
                눈 The Eye 어느 날 눈이 말했다. "저 멀리 계곡 너머에 푸르스름한 안개에 싸인 산이 보이는구나. 아름답지 않아?" 귀는 들어보았다. 한참 귀를 기울이더니 말했다. "그런데 산이 어디 있니? 난 안 들리는데." 그러자 손이 말했다. "만져보고 느껴보려 해도 소용이 없구나. 산이 어디 있는지 못 찾겠어." 코가 말했다. "산이 있긴 어디 있어. 냄새가 안 나는데." 눈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 버렸다. 그러자 다들 눈의 이상스런 환시 증세에 대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눈이 뭔가 잘못된 모양이야."

                    ♬Tahoma - Paul Lawler and Paul Speer featuring Satine Orient Chim y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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