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2
      Kahlil Gibran
      더 넓은 바다 The Greater Sea
      내 영혼과 나는 멱 감으로 넓은 바다로 나갔다. 바닷가에 다다른 우리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호젓한 곳을 찾아 헤매 다녔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잿빛 바위에 올라앉아 자루에서 소금을 꺼내 바다에 뿌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 영혼이 말했다. "저 사람은 염세주의자예요. 딴 데로 가요. 여기선 멱 감을 수 없어요." 우리는 어느 강어귀까지 걸었다. 거기서는 누가 하얀 바위에 서서 보석으로 장식된 상자에서 설탕을 꺼내 바다에 뿌리고 있었다. "저 사람은 낙천주의자예요. 저 사람도 우리의 알몸을 봐선 안 돼요." 우리는 계속 걸어 갔다. 어떤 사람이 해변에서 죽은 물고기를 주워 조심스레 바다로 다시 놓어주고 있었다. "저 사람 앞에서도 멱을 못 감겠어요. 인정 많은 박애주의자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저만치서 어떤 사람이 모래 위에 드리운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 금을 긋고 있는 게 보였다.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서는 지우고 밀려갔다. 그래도 그는 다시 그리고, 지워지면 또다시 그리기를 되풀이했다. "그는 신비주의자예요. 딴 데로 가요." 우리는 계속 걸어 작고 조용한 만(灣)에 이르렀다. 거기서는 어떤 사람이 석고 사발에 물거품을 떠 담고 있었다. "이상주의자예요. 저 사람도 우리의 알몸을 봐선 안 돼요, 절대로." 계속 걸었다. 갑자기 누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바다야, 깊은 바다, 넓고 거대한 바다야."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 이르자 어떤 사람이 바다를 등지고 귀에 조가비를 대고 소리를 듣고 있었다. "지나가요. 저 사람은 현실주의자야예요. 자기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전체 덩어리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고, 그 부스러기만 갖고 부산을 떨죠." 그래서 또 지나쳤다. 바위 사이로 해초가 무성하게 우거진 곳에 다다르니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말했다. "여기선 멱 감을 수 있겠군. 저 사람은 우릴 보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내 영혼이 말했다. "아뇨, 이제껏 본 사람들 가운데 저 사람을 가장 조심해야 돼요. 결벽주의자거든요." 내 영혼의 얼굴에 갑자기 깊은 슬픔이 번지더니 목소리에까지 스며들었다. 내 영혼이 말했다. "이만 가요, 우리가 멱 감을 만한 호젓한 곳이 그 어디에도 없군요. 이런 바람에 내 금빛 머리를 휘날리고 싶지 않고 이런 공기에 내 하얀 가슴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아요. 이런 곳에서 내 신성한 알몸을 내보일 수는 없어요." 우리는 그곳을 떠나 더 큰 바다를 찾아 나섰다.
        ♪ Waterdance / Tibet Chim y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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