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고향 / 정기모

 
너 떠나고 나도 떠났어라
우물 같던 동그란 그 동네에는
떠나간 이들의 웃음소리만 가득 남아
호롱불 밑에 숨어 울 그리움만 더하고
너 없고 나도 없어라
홀로 피던 풀꽃들은 옛 꽃이 아니고
청아하게 맑던 물소리도 옛 소리가 아니다
 
심지 돋운 호롱에 불 밝히고
가물거리는 기억 더듬어
웃음과 풀꽃과 맑은 물소리로
지친 영혼 달래러
삐걱거리는 옛집으로 돌아와
한나절 연기 피워 놓고
이승의 꽃처럼 바람을 베고 누워
밤이슬 한 모금에 취해도 좋을
내 고향 내 고향이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