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 팍팍한 삶, 잠시 쉬어 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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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다. 종이가 되고 책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의 책장 속에서 한 시절을 보내다가, 생을 마치면 의자가 되어도 좋겠다.
아내는 가끔, '자신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으냐'고 묻는다. 부질없는 질문이 한때는 귀찮았지만, 대론 부질없는 질문에 기대어 건너가야 할 세월도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당신이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늙다가 다시 태어나서 당신이랑 만나기를 기원했을 거야."
그의 대답에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 그러나 약간의 허영심이 충족되었다는 듯 웃는다. 그렇다면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는 아내의 질문에 그는 가볍게 대답한다.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되고 싶어. 한 가지쯤 잘라져서 종이가 되었다가 책으로 만들어져서 당신 서재에 꽂혀 있고 싶어, 그 삶도 다 마치면 나는 의자가 되어서 당신을 쉬게 해주고 싶어."
역시 여자들은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되어주고 싶다는 표현에 약하다. 아내는 그의 대답에 감격해 눈물까지 글썽인다. 별다른 생각 없이 대답하고 보니 문득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가볍게 대답한다고 해서 그 안의 생각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도 믿게 되었으므로.
글 출처: 삶이 내게 무엇을 붇더라도(김미라 마음 사전,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