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 팍팍한 삶, 잠시 쉬어 가는 공간
저는 청소를 하면서 가끔 사물들과 마음을 나눕니다. 물건들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지 살펴보고, 아무렇거나 나뒹구는 것이 있으면 일으켜 세워 먼지도 털고 때도 닦아주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그러면 사물들도 행복하게 화합하지요.
지난달에는 암자에서 일을 해주시는 할머니가 제가 없는 사이 제 방을 청소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청소를 하며 실수로 전화기의 안테나를 부러뜨리고 말았지요.
할머니는 열심히 청소하시느라 미처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나중에 제가 방에 돌아와서 보니 안테나는 반으로 뚝 잘려 있고, 부러지면서 새로 바른 문창호지에 숭숭 구멍을 내 놓았더군요.
저를 위해 마음을 내어준 할머니가 무안해 하실까 봐 청소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만 건네고 저는 혼자 방 안에 앉아 안테나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창호지를 꽃모양으로 잘라 덧바르고, 부러진 전화기 안테나에는 살색 나는 얇은 파스를 붙여 주면서 할머니가 이제 눈도 어둡고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하라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직거리며 잡음을 내던 전화기가 파스 한 장에 다 나았는지 통화할 때 생생하게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파스를 붙이고 있는 전화기는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제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혹시 실수로 물건에 금이 가거나 다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돌봐주세요.
부러졌다고 버리고 낡았다고 내팽개치기 전에
물건의 마음이 되어 한번만 너 돌봐주세요.
나와 인연된 그 물건을 진심으로 대하면 그들도
자신만의 언어로 내게 화답합니다.
글 출처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정목스님,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