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 팍팍한 삶, 잠시 쉬어 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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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빛깔이 불붙은 듯 붉은색만 있다면 가을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은행잎처럼 노란색만 있다 해도 가을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겠지요. 불고 노랗고,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만으로는 표현이 곤란한 가을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모든 이파리들이 색채의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또한 아름다운 건 누군가와 조화를 이룰 때 아닐까요?
<연금술사>를 쓴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라는 소설 속에는 까르렐 수도회의 신부가 산을 가리키며 "산들은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신의 기도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단풍이 물든 산을 보면 코엘료의 말이 떠오릅니다.
신의 기도인 산.
그 기도 소리는 계절에 따라 우리에게 단풍으로, 철쭉으로, 또 신록이나 백설로 들려옵니다.
기도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이미 기도인 산.
기도란 그런 것입니다. 내 안의 힘을 불러내는 일이 기도라면,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은 온 힘을 다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불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기도 소리에 빠져 세상이 온통 황홀경입니다.
글 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