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 팍팍한 삶, 잠시 쉬어 가는 공간
흔히 인생을 연극이라고 합니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당연히 그 연극에 등장하는 우리는 배우겠지요.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연기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극 속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울고, 웃고, 불같이 화내거나 다른 배역을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기도 합니다. 완전한 감정몰입 상태에 빠지는 우리는 참으로 명배우들이지요.
인생이 연극이니만큼 극 속의 역할이 힘들거나 괴롭다면 적당히 꾀피우며 힘든 척, 괴로운 척, 뭔가를 하는 척만 해도 될 것인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들. 연극이 끝난 뒤에도 극에서 맡았던 역할 때문에 힘들어하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인생은 연극'이라는 표현은 적절한 비유이지만, 문제는 우리가 연극 속에서 자신의 배역 뿐 아니라 상대의 배역까지 간섭하거나 시비하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연극이 끝난 뒤에도 끝난 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인생이란 연극.
그 긴 극 속에서 함께 공연하는 수많은 배우들을 보며 그 배우들의 장점과 단점, 밉거나 못난 점을 일일이 마음에 두다 보면 내가 많은 배역까지 망치기 십상입니다.
아무리 명배우의 소질을 타고났다 해도 연기에만 몰입하지 말고 무대와 조금쯤 거리를 두는 것이 살아가기에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 극을 무대에 올린 연출가는 누구일까요? 몇 막까지 가는지 가르쳐주지도 않고 우리를 무대에 오르게 한, 이 연극의 대본을 쓴 작가는 또 누구일까요?
글 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