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앞에 서 있는 앙상한 겨울나무를 봅니다. 

엄동설한을 외투도 없이 견디는 겨울나무는  인류에게는 늘 준엄한 스승과 같고 회초리 같습니다.


온기도 없이 서 있는 겨울나무는 얼핏 보면 모든 것을 다 잃은 패자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나무를 보고 폐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겨울이기 때문에 그렇게 빈 가지로서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압니다.


겨울나무는 그저 추위를 견디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꽃이 필 자리를 만들고 있고, 움틀 가지를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온몸의 영양을 그곳에 다 모아서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앙상한 가지와 뿌리는 온 힘을 다해 얼어붙은 땅속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겨울이기 때문에 앙상한 가지로 서 있는 나무처럼, 

다만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을 '실패'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패란 행동의 결과로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 버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글출처 :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pap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