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개망초](https://park5611.pe.kr/Study/Beob/001.jpg)
오늘 아침 뒤꼍에서 개망초를 꺾어다가 오지항아리에 꽂았더니 볼만하다. 아니, 볼만하다가 아니라 볼수록 아주 곱다. 개망초는 산자락이나 밭두둑 어디서나 마주치는 흔한 꽃이다. 너무 흔하기 때문에 꽃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스치고 지나면서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가까이서 두고 보니 아주 사랑스런 꽃이다. 꽃이 흰빛인 줄만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면 눈에 띌 듯 말 듯 연한 보랏빛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떤 화병보다도 오지항아리하고 잘 어울린다. 이런 걸 찰떡궁합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디서나 지천으로 피어 있기 때문에 개망초의 아름다움을 미처 몰랐는데 잘 어울리는 그릇을 만나자 꽃은 가려진 자신의 속뜰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이 일이 오늘 하루 명상의 실마리가 되었다.
![하늘말나리 하늘말나리](https://park5611.pe.kr/Study/Beob/002.jpg)
장마철에 가끔씩 날이 들면 장화를 신고 대지팡이를 끌며 숲길을 어슬렁거렸다. 7월의 들꽃 중에서는 나리가 가장 눈에 띈다. 그중에도 꽃잎이 가늘고 여린 ‘하늘말나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들꽃은 그 꽃이 저절로 자라는 그 장소에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꽃만 달랑 서 있다면 무슨 아름다움이겠는가. 덤불 속에 섞여서 피어 있을 때 그 꽃이 지닌 아름다움과 품격이 막힘없이 드러난다.
![원추라기 원추라기](https://park5611.pe.kr/Study/Beob/003.jpg)
이런 자연의 調和를 잘 알면서도 엊그제 나는 ‘하늘말나리’를 몇 그루 내 오두막으로 데려왔다. 가까이에 두고 싶어서였다.
부엌 들창문을 열면 요즘 원추리가 무리지어 꽃대를 들어 올리고 있다. 그 곁에 하늘말나리를 심었다. 잘 어울린다. 부엌일을 하면서도 눈길은 연방 하늘말나리 쪽으로 간다. 이따금 고추잠자리가 그 여린 꽃에 잠깐 머물기도 한다. 하늘말나리가 지고 나면 뒤를 이어 원추라기가 피어날 것이다.
![산수국 산수국](https://park5611.pe.kr/Study/Beob/004.jpg)
오대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자생식물원’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희귀한 들꽃도 구경하고, 꽃나무 모종도 구할 수 있다. 7, 8월이면 다리 건너에 산수국의 군락지가 있어, 다른 데서는 보기 드문 산수국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오두막 묵정밭에 전나무,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복숭아나무, 모라노가 함께 마가목을 여남은 그루 심었었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열매도 일품이지만 산에서는 겨울철에 마가목을 달여 차로 마신다. 그런데 풀 베는 일꾼이 화목에는 무지해서 죄다 베어 버리고 단 한 그루만 겨우 남겨 두었다. 미리 일러두었는데도 그랬다.
![마가목 마가목](https://park5611.pe.kr/Study/Beob/005.jpg)
파리 길상사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서 가는 길가의 가로수가 마가목인데 가을이면 눈이 시리도록 그 열매를 볼 수 있다.
뜰 가에 회나무가 한 그루 무성하게 가지를 펼치고 있다. 10여 년 전 양재동 나무시장에서 어린 묘목을 사다 심었었다. 모진 추위를 어렵게 어렵게 견뎌 내더니 올해 처음으로 가지 끝에 꽃망울이 부풀어 올랐다.
![회나무 회나무](https://park5611.pe.kr/Study/Beob/006.jpg)
회나무가 어린 시절, 나는 차를 마시고 나서 우려낸 잎을 회나무에 주면서 나하고 잘 지내자면 그를 쓰다듬으면서 달래 주었었다.
이제 그 보답으로 꽃을 피우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식물은 들인 공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숙연해졌다. 사람인 우리는 살아 있는 나무와 꽃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이 여름 당신 곁에서는 어떤 꽃과 나무들이 당신의 가슴에 말을 걸고 있는가?
글출처 : 아름다운 마무리(법정스님 : 문학의 숲)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