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도창회

직립 석벽 옆구리에 매달려
일촉즉발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한 발짝만 헛 디디면
볼장 다 본다는 걸 알면서
사철 절벽을 움켜잡고 살아간다

뇌성이 으름장을 놓는 날도
눈바람이 몰아치던 날도
공중을 거처로 삼아
물기 대신 바람으로 끼니를 때우며

일구월심 목숨 지키며
한눈을 팔지 않았길래
만고에 드높은 기개에
만고에 드높은 향기를
머금을 수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