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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雪花 박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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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년에 접어드니
雪花 박현희
마음은
아직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여섯 살 소녀이고 싶은데
흐르는 세월의 강에 떠밀려
어느새 불혹이라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길가에
가로수 새 옷으로 갈아입기 바쁘게
한잎 두잎 낙엽이 되어 쓸쓸히 흩날리는
가을이면
덧없이 흐르는 세월에
허무와 공허가 밀려오기도 하네요.
풋사과처럼
풋풋하고 싱그럽던 감성도
고된 삶의 무게에 짓눌려
메마를 대로 메말라
잃어버리고 살아온 날들이지만
더러는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들꽃 한 송이에도 발걸음을 멈춘 채
은은한 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작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드니
하루하루 흐르는 시간이
붙잡아두고 싶을 만큼 아쉽고
가깝게 지내던 누군가가
세상을
등졌다는 비보(悲報)라도 들리면
어쩐지 남의 일이 아닌 듯
여겨져 공연스레 우울해지기도 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배어 나오기에
이제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할 때이지만
미풍에도 어김없이 흔들리는
여린 갈대처럼
불어오는 바람 앞에 가끔은 흔들리기도 하고
포근하고
아늑한 지친 삶의 도피처를 찾아
또 다른 중년의 사랑을 꿈꾸기도 하는 것은
아마도 시들어가는 청춘을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은 때문인가 봅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스러져가는
오직 한 번뿐인 삶일진대
사랑도 인생도 흐르는 세월 따라
욕심을 비우고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물 흐르듯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마음의 중용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