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흰 눈 내리는 날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그루...    


 
                   
이해인 수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