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꽃처럼 환히 웃던
당신의 세월은
앙상한 뼈마디마다 
담아 둔 사연들이
허기진 고독으로
고된 삶의 애환을 노래한다   

향기도 없고
모양도 없이
긴 세월 침묵한 외로움은
성성이 솟아나는 흰 머리칼로
도망간 세월만 그려 놓는다

사시사철 푸릇한
소나무 같을 줄 알았는데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에
나란히 놓인 숟가락 젖가락은
소리없이 사라진 세월을
간신히 붙잡아 둔 그리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