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철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가면서

  자기 할 몫은

  마땅히 감당하면서

  위를 보나 아래를 보나

  부끄러움이 없도록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했는데

  내가 아는 것은

  삶이 어렵다는 것

 

  빗물 속에도

  눈물이 녹아 있고

  안개 속에도

  한숨이 서려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난한 이들이 살고있는

  얇은 지붕 위에는

  허기진 가슴 적실 수 있게

  따스한 빗방울이 떨어졌으면

 

  오늘도 나는 빗방울 속에서

  또 하나의 부끄러움을 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