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눈물 - 김현승(1913~75)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김현승 시인이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잃고 쓴 시라고 알려져 있다. 길지 않은 시이지만 세 단계의 변화가 있다. 어린 생명을 놓친 아비의 비통이 첫 단계. 이윽고 신에 의탁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그런데 신이 열매와 웃음에서 그쳤다면, 삶은 그렇게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 신은 새로 눈물을 지어준다. '나'를 거듭나게 한 것이다. 나의 전체로도 모자라, 나의 가장 나중 지닌 것을 바칠 때까지 기다리는 신이 있다. 그때까지 그 신은 가혹하리만큼 무심하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