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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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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팔월 즈음 / 김영철
여자를 겁탈하려다 여의치 않아 우물에 집어던져버렸다고 했다 글
쎄 그 놈의 아이가 징징 울면서 우물 몇 바퀴를 돌더라고 했다 의자
하나를 들고 나와 우물 앞에 턱 갖다놓더라고 했다 말릴 겨를도 없이
엄마, 하고 외치며 엄마 품속으로 풍덩 뛰어들더라고 했다 눈 딱 감
고 수류탄 한 발 까 넣었다고 했다
담담하게 점령군의 한 때를 회고하는 백발의 일본 늙은이를 안주
삼아 나는 소주 한 병을 다 깠다 캄캄하고 아득한 소주병 속으로 제
몸에 불을 붙인 팔월이 투신하고 있다 자욱한 잿더미의 빈 소주병
들여다보며 나는 엄마, 하고 불러 보았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아이들
이 엄마, 엄마, 울먹이며 내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다
여자를 겁탈하려다 여의치 않아 우물에 집어던져버렸다고 했다 글
쎄 그 놈의 아이가 징징 울면서 우물 몇 바퀴를 돌더라고 했다 의자
하나를 들고 나와 우물 앞에 턱 갖다놓더라고 했다 말릴 겨를도 없이
엄마, 하고 외치며 엄마 품속으로 풍덩 뛰어들더라고 했다 눈 딱 감
고 수류탄 한 발 까 넣었다고 했다
담담하게 점령군의 한 때를 회고하는 백발의 일본 늙은이를 안주
삼아 나는 소주 한 병을 다 깠다 캄캄하고 아득한 소주병 속으로 제
몸에 불을 붙인 팔월이 투신하고 있다 자욱한 잿더미의 빈 소주병
들여다보며 나는 엄마, 하고 불러 보았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아이들
이 엄마, 엄마, 울먹이며 내 몸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