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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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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이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 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몰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