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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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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성묘(省墓)
/고은
아버지, 아직 남북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제 시대 소금 장수로
이 땅을 떠도신 아버지.
아무리 아버지의 두만강 압록강을 생각해도
눈 안에 선지가 생길 따름입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두만강의 회령 수양버들을 보셨지요.
국경 수비대의 칼날에 비친
저문 압록강의 붉은 물빛을 보셨지요.
그리고 아버지는
모든 남북의 마을을 다니시면서
하얀 소금을 한 되씩 팔았습니다.
때로는 서도(潟) 노래도 흥얼거리고
꽃 피는 남쪽에서는 남쪽이라
밀양 아리랑도 흥얼거리셨지요.
한마디로, 세월은 흘러서
멈추지 않는 물인지라
젊은 아버지의 추억은
이 땅에 남지도 않고
아버지는 하얀 소금이 떨어져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남북 통일이 되면
또다시 이 땅에 태어나서
남북을 떠도는 청청한 소금 장수가 되십시오.
“소금이여”, “소금이여”
그 소리, 멀어져 가는 그 소리를 듣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