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리 달

 

달이 떴다.

선암리 산골에 어둠이 내린다.

 

풀벌레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졸리듯 잠들듯

16년 봄 그렇게 가라.

 

맑은 봄볕에

그을리고 또 그을리며 늙어가자

 

까맣게 타버린 바람

곁을 스쳐그렇게 불어가고

산골물 무심히그렇게 흘러가라.

 

산허리를 걸친 달빛

또렷 하고

아카시아 꽃잎만 속절없다.

달빛에 그리움도 갇히었다.

 

모두 갇힌 밤,

멈춰선 것들이 아름다운 밤,

흘러가는 시간을

선암리 떠오른 달곁에

잠시 내려둘까 싶다.

(2016.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