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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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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바람,바람
시현
바람이 불어왔더이다.
저 깊은 바다속을 열심히 돌아가는 소금맷돌에
몰래 감춰두었던 그 곳에서
바람이 불어왔더이다
나는 그렇게 바람이었더이다.
샛바람, 또는 마파람이었다가
갈바람이었다가 그리고 갈바람이었다가
그렇게 그렇게 나는 바람이었더이다,
하늬, 높새 어쩌면 샛바람이었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멈출 수 없어
철이른 어느 해 봄날,
꽃바람 스멀스멀 뿌옇게 황토비 뿌리고
젖은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이렇게 썼지요.
바람,
그리움이다.
기다림이다.
젊은 날 텃밭에 가꾸던 기억들로
아름답던 유년의 골목길 끝자락에서
비척이며 비틀거리며 흔들리다가
그림자 기다랗게 드리우던 동구밖-
해묵은 감나무 가지 끝- 말없이 서서
나는 오늘도 말라버린 까치밥으로 빛 바래어 갈까나.
기다람의 목마름, 달달한 시간의 수액을 뽑아 올리면
나는 오늘도 멈출 수 없는 그리움 되어
꽃 시새워할꺼나 왜바람 되어볼꺼나!
1812년 시베리아에 부는 바람도
어느 망자를 위한 진혼곡도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더니
이마끝 스치고갈 흔들바람으로
날마다 날마다 나는새롭게
또, 새롭게 새롭게 태어날꺼나?
태양은 언제나 석양에 빗겨 걸렸더이다.
(2016.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