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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환자의 올바른 식이요법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밥
1960~70년대 보릿고개 시절에 우리는 보리밥을 넌더리가 나도록 먹고 살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쌀이 워낙 귀해서 집에 잔치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만 쌀밥 구경을 했었죠.
학교에서는 도시락 검사를 했고 국가에서는 혼·분식을 장려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보리쌀은 밥 짓기도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어서, 미리 한번 삶아서 대바구니에 담아 보관해 두고 쌀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펴 밥을 지어야 했습니다.
천덕꾸러기 보리쌀. 하지만 알고 보니, 보리밥은 쌀밥보다 비타민 B1이나 B2가 많아 각기병 예방에 좋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단백질 등 전반적인 영양가가 쌀밥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지게 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희귀성까지 더해져 쌀밥 보다도 더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보리밥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독성물질의 배출을 도와줘
대장암과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풍부한 섬유질 덕분에 소화가 천천히 되므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당뇨 환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민족의 고단한 삶의 한 단면이었던 보리밥이 이제는 건강식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에게는 쌀밥 보다 보리밥이 더 좋다는 얘기도 간간히 듣게 되는데요, 아래와 같은 말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뇨병 환자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뇨병이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잘 안되거나 혹은 분비가 잘되더라도 세포에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여 몸 안의 탄수화물(당)대사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병입니다.
결과적으로 몸 안에서 탄수화물(당)의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고, 한편 사용되지 못한 탄수화물(당)은 혈액 중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여 고혈당의 상태가 되고, 결국에는 소변으로 당이 배설됩니다.
즉,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 또는 작용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병입니다.
예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아서, 부자병이라고도 불리던 당뇨병이 요사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전 국민 4천만 명의 5%인 약 2백만 명(2000년 기준)이 당뇨 환자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리밥을 당뇨병의 치료식으로, 얼마든지 먹어도 되며 당뇨병 환자가 보리밥을 먹고 있을 경우 식사요법을 아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상식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식사요법을 위해 어떤 종류의 밥(쌀밥, 현미밥, 보리밥, 잡곡밥, 또는 오곡밥)을 먹어야 할 것인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표준체중(이상체중)을 유지하는데 적절한 밥의 양을 제대로 지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 끼니에 밥 1공기(210그램)씩만 먹도록 식사요법을 처방받았다면, 밥의 종류에 관계없이 반드시 이 양을 지켜서 먹어야 합니다.
환자가 먹을 밥의 종류는 환자 본인의 형편과 기호에 따라 환자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실 보리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주요 성분은 쌀과 비교했을때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로 성분이 거의 비슷합니다.
당뇨병에 좋다는 말은 보리에 섬유질이 더 많기 때문인데, 겉보리가 섬유질이 많아 더 좋긴하지만 겉보리의 경우 밥으로 지어 먹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껍질을 깐 보리와 쌀을 섞어서 먹는데 그건 그냥 쌀밥과 성분차이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실제 우리가 먹는 보리는 가공된 보리쌀입니다.
도정하지 않은 보리는 혀에 강한 거부감을 주고 잘 퍼지지도 않아서 쉽게 먹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보리밥이 건강식이라고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섭취하는 섬유질은
현미를 먹을 때와 비교해서 크게 나은것이 없고 오히려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 많이 도정하고 가공까지 해서 현미보다 훨씬 더 못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현미밥(쌀밥)이 영양소도 비슷한데다 더 지어먹기도 편합니다.
보리밥이 쌀밥보다 더 좋다는 얘긴 결국 이론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리밥이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에 좋다' 라는 근거없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 경위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9세기말(1886년) 일본의 동경제대 의학부의 내과 과장으로 독일인 의사인 벨쯔 박사가 부임해 왔습니다.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당뇨병 치료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있었습니다.
환자들의 영양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특히 단백질과 비타민 섭취가 필요한 실정이었으나,
당시 일본의 사정은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쌀은 물론 육류 섭취도 못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벨쯔 박사는 궁리 끝에 당뇨병의 적절한 치료법은 아니지만 환자의 영양상태를 조금이라도 좋게 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쌀밥과 고기를 먹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값도 싸고 구하기 쉬운 보리밥이라도 끼니때에 챙겨 먹도록 하라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 후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면서 가난하였던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 관리의 일반적인 지침으로 이용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리밥을 당뇨병의 치료식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쌀과 보리는 양이 같으면 열량도 동일하고, 보리는 쌀에 비해 값이 훨씬 쌀 뿐만 아니라, 단백질 및 비타민이 함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 보리밥을 권유하였던 벨쯔 박사의 권고는 100여년 전에는 매우 타당하였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종류의 식품을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된 오늘날 벨쯔 박사의 권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형편이 좋아진 지금, 굳이 쌀밥 대신 보리밥을 먹을 필요는 없으며,
보리에 조금 더 들어있는 단백질, 비타민, 섬유소 등은 이미 다른 음식물을 통아여 지나칠 정도로 많이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리가 밥의 30~100%를 차지하는 보리밥을 먹을 경우 영양학적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현대인의 식생활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50년 전 만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당뇨병이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이유는
우리의 식생활과 생활 환경의 변화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셈이죠.
수명의 연장에도 불구하고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노인이 증가하고
전후 세대가 질병으로 죽어가는 원인을 새로운 음식의 부적응과 과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대인의 식생활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근 20년 동안 흰 쌀밥과 흰 밀가루, 흰 설탕과 같이 정제한 식품의 섭취는 급증했고
육류와 우유, 유제품의 섭취 또한 10배 이상의 소비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소화가 빨리 되는 현대인의 음식은
소장의 상부에서만 흡수가 일어나 신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동원해야 하므로 신체의 기관들은 무리하게 됩니다.
칼로리를 제한한 정제한 음식들 또한 소장의 상부에서 모두 흡수가 되어 버리고 나면 신체는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칼로리를 지속적으로 섭취하지 못하게 되어 허기짐은 계속됩니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의 흡수가 몸이 처리할 수 있는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
즉 영양의 흡수를 생리적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조절해 줄 수 있는 음식의 섭취입니다.
인슐린의 과잉생산에 의한 인슐린 저항은 정제한 음식의 과식, 끼니를 굶었다 폭식을 하거나 섬유질이 결핍된 식사를 하게 되어 발생합니다.
갑자기 흡수된 당분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을 대량으로 분비하게 되지만 세포의 리셉터는 아직 늘어나지 않은 채 충분한 당 이용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혈액 중에 높은 당분은 처리되지 않고 세포는 당분의 이용을 할 수 없어 당뇨병 환자는 계속 허기짐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고,
혈액 중의 높은 당도에 의해 혈액의 점도는 증가하고 혈류의 순환은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갈증을 느껴 혈액을 희석하고 혈액량을 늘리고자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용되지 않는 당분은 혈액 중에서 혈관의 변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당연히 소변으로의 배설 또한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질병이 보내는 증상은 모두 바로 살기 위한 메시지입니다.
인슐린 저항을 보이는 초기 당뇨병 환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췌장의 늘어난 인슐린 분비량을 감소시켜 주는 것입니다.
신체의 신경의 조절과 호르몬의 분비는 필요와 환경에 반응합니다.
칼로리만을 제한하는 식사가 아닌 천천히 소화될 수 있는 섬유질이 많은 식사와
규칙적인 식사 간격을 유지하여 신체가 무리하지 않게 해준다면 인슐린의 분비는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환경을 바꾸어 주는 일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어떤 질병도 치유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당뇨병 치료에 있어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은 식환경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즉, 현미, 잡곡밥과 같은 통곡의 식사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당뇨병의 식사요법을 특정식품을 꼭 먹어야 하거나 또는 절대로 먹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의 식사요법은 자기의 표준체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을 3대 영양소로 골고루 나누어,
정해진 시간에 3끼 식사와 간식으로 섭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쌀밥 1공기, 보리밥 1공기, 보리식빵 3쪽은 모두 300칼로리로 열량이 같으므로
보리밥이나 보리식빵을 먹을 경우에도 반드시 열량을 따져 본 후에 먹어야 할 양만을 먹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적절치 않은 방법만 듣고 양조절 안하시면서 음식을 드시면 혈당조절에 문제가 생깁니다.
커다란 양푼이에 넉넉하게 담긴 상다리 휘어지도록 내온 나물을 가득 넣고 쓱쓱 비벼낸 보리밥.
어디까지나 별식이고 옛맛을 즐기는 미식가의 취향일 뿐 결코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에 적절한 대안은 아닙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조절을 최우선시 해야 합니다..
출처: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