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같은 당신이여..
이슬 영롱한 풀숲에서밤새 울었을
풀벌레들이 아침 산책길을 맞아 줍니다
무성하던 상수리나무가 툭툭 열매를 떨어뜨려
자연의 사랑을 일깨웁니다
숲이 내쉬는 큰 숨결은 얼마나 신선하고 맑은지
영혼의 샘물도 고요해집니다
나뭇잎 사이 찾아든 햇살에 지난여름 무기력했던
삶의 모서리가 따뜻해져 옵니다
"음중양 양중음"..(陰中陽 陽中陰)우주의 이중성을
가슴으로 깨달으면 주역의 도를 통한다고 했는데
심오한 뜻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내게 진정한 사랑은 고통이며 소중한것들은
머물지 않았지만 나를 힘들게 해도 이쁜 사람이 있음은
축복이란 걸 알았습니다
가을 같은 당신이여 작별의 슬픔속에서도
그 축복의 감정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가을산의 서늘한 정기를 마시며 잠들었던 시심을
흔들어 깨워 구월이 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오색단풍에 가슴 저미는 가을
다시는 갈 수 없는 시절을 추억하며
우리 석별의 정으로 서로의 평안을 빌어주며
마음의 건배를 나누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