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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나도 가을은 훔칠 수 없다. /시현 마른 풀 더미를 태운다. 뻘건 재속에서 지난 여름은 알맞게 익어 외로운 계절을 신음하며 타오르고 노을이 저무는 하늘가에 붉은 먼지 뿌옇게 일어 눈물이 난다. 허전한 아픔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노을의 뒷모습을 저무는 바다에 적셔내면 가슴으로 우는 사내의 무거운 그림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길을 돌아설 수 없어 길이를 더한다. 사위어가는 기억 속에서 한 가닥 남은 숨소리로 마지막 몸을 던져 피워내는 보잘것없는 욕심에 불꽃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물러서고 끝없이 무너지는 새로운 탄생을 보며 매운 연기에 눈물이 난다. 신음하는 가을은 훔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