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절
혜화동에서 삼선교 넘어가는
오른편에 석굴암이라는 동굴속의 술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회합을 마친 여러명이 막걸리와 파전 모시조개탕을 시켜놓고 마셨었다
그중 왕씨성을 가진 선배가 나를 집까지 바래다 준다며 버스에 함께 올랐고
그 선배는 집 근처에서 내 옷을 잡아당기더니
기습적으로 입맟춤을 했다
당황도 했거니와 그의 입에서 났던 막걸리냄새가
나의 첫 입맟춤의 환상을 완전히 빼앗아 갔다
아~~~입맟춤은 이렇게 막걸리 냄새가 나는 구나





며칠전부터 우울했다 아니 ......
. 외..로..웠..다
그 외로움의 근원지는 한 두개가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또 ...........
그 놈의 갱년기에게 떠 넘겼다
그래야만 내 자신이 외로움증에 걸린 것을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증세라고 밀어 부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놈에게 떠 넘기기는했지만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조건은 못되고
할 수 없이 얇은 담요 하나 들고 조배실로 갔지만
"너는 줄 수록 양양이냐" 하시는 것 같아서
사우나로 가서 반 나절을
엄마 뱃속 양수같은 물속에서 ,사우나 도크에서 보내고
저녁무렵에서야 들어왔다


큰 아이에게 저녁을 주고 있는데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누구랑 마시나.....
누구를 불러내나 ...................
아~~~!!!
아우야 ~~ 너 나한테 콕!! 찍혔어
내 그리로 20분 후에 간다 기다려라 ~~~
우리는 아우가 한번 가 봤다는 그 막걸리집을 향해서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갔지만
이미 그집은 문을 닫았고 다른 막걸리집을 찿고 있는데
젊은 총각이 우리더러 어머니덜 ~~~
저희집으로 오시지요 였던가 하여튼
어머니덜 ~~하는 바람에
아우와 나는 얘~~ 우리더러 어머니들이란다 쳇~~
우리는 김새는 얼굴을 서로 바라보며 막걸리집을 물어 물어
그 곳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일제시대 건물처럼 일부러 허름하게 지어졌고
내부도 그때 그 시절의 것처럼 꾸며졌다


  


 



아~~나도 바람난 여편네처럼
이시간 이렇게 이런자리에 순진한 아우를 꼬셔 가지고 앉아있구나 ㅎㅎ
굳이 생각하기도 싫지만 첫 입맟춤의 냄새를 한번 마셔볼까나
한 주전자를 앞에 놓고 파전 한 접시와 김치국을 안주로
찌그러진 양재기 한그릇에 부었다


 

(파전은 손으로 찢어 먹어야 제맛^^)



음 ~~~
역시 그 냄새야
약간 싱거웠고 달작지근한 한 양재기에
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몸이 가렵기 시작했지만
안주로 내놓은 내 남편의 일상과
최근에 아우가 읽었던 푸른눈물 리진에 대한 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
신앙이야기를 할 때는 소름이 돋는 기쁨과 눈물을
아우는 내게 전해줬다
아~~~이제 행복하다
이렇게 여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도
같은 공감대가 서다니 너무 행복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
시간을 보니 12시 45분 ??
엄마야 큰일났다 어쩌니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는데 무지 혼나겠다
아우를 집에다 내려 주고
집으로 가는데 기사아저씨가 웃으면서
아주머니 저쪽 캬바레쪽 동네로 가면 가관이에요
아주머니 너무 떨지 마세요 하신다
한숨을 푹~~~쉬고 내리는데
걱정 마시고 어여 들어가세요 ㅎㅎ


살금살금 문을 열어도 아주 크게 들리는 현관문 여는소리에
남편이 이제와??? 그러면서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 뭔 술을 마신다고 나가니
어여 와서 자 ~~
그러면서 미안해서 암말도 못하고 침대속으로 들어가 누운 내게
이불을 턱밑에 까지 끌어준다
그려 그려~~~
외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옆에 있을 때 잘해야 내세에서 안 만난단다
그러니 내세에서 다른 남자랑 살고 싶음
남편한테 있을 때 잘해라 "
시집 간 손녀들이 남편 흉보면 웃으면서 하시던 말씀이 다시 생각났다
딱히 외로움이 남편 때문만이 아니었지만
남편은 자기 때문에 내가 술을 마신 줄 알고 먼저 사과의 몸짓을 한 것이다
음 ~~
가끔 나가서 마실만 하네 ㅎㅎ
아우가 함께해 준 어제의 그자리에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첫 입맟춤 냄새지만
훌훌 털어버린 그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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