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음 또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
趙司翼
생활의 나무를 키우기만 했지 가지치기를 못했어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대기만 했지 맑은 바람 한 번 쏘여보지를 못했어
빼곡히 쌓아둔 생각들로 두통을 잊고 산 날이 별로 없었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옆은 어떠했는지 전혀 보지 못했어
또 그리고……!
주점 부리듯 가끔 투덜대던 말들이
어느 날 밤 꿈을 꾸고 나서야
지난 삶들의 내 모양새였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책을 읽어도 돋보기 신세를 져야 했고
갈비를 뜯다가도 치통으로 제 맛 느낄 수 있는 자유마저 빼앗겨야 했고
산을 오르면서도 턱까지 차오른 헐떡거림에
맑고 신선한 산 공기마저 마실 수 없게 되었으니
통장 하나에 비밀번호 하나만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신문에서 정보 하나 더 얻을 시간에
절화 한 송이가 화병에서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
혀도 안 돌아가는 말 한마디 외우는데 공들이느니
입놀림만으로도 술술 나오는 우리말을 하나라도 더 알아야겠다
그리고 또……!
맘먹은 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겠으나
두통이니 치통이니 요통이니 하는
통증 앓아가면 서까지는 하지 않겠다
가볍게 사는 법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하다가 안되면 나 다음 또 내가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리 말하며
허리 휘게 무겁지 말고 날듯 살았으면 좋겠다
나 다음 또 나는 이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