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0 07:40
물이 함뿍 흐르는 수밀도를 먹다가
가만히
어머니의 빈 가슴을 생각해 보았다
어릴적 날 키울때의 그 모양은 어디가고
이제는 바닥난 우물처럼
말라버린 어머니의 젖가슴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면 등물을 해 주시던
어머니와 함께 먹던 생각이 나
시장에서 사 온 떨이의,
그 복숭아를 팔던
할머니의 얼굴처럼 안스러운
수밀도
가만히 껍질을 벗기다가
함초롬히
눈물을 떨구다가
왈칵 쏟는
그 진한 사연
꿀물이 함뿍 흐르는 수밀도를 먹다가
이제는 빈 가슴도 만질 수 없어
영정을 보며
불효한 세월의 껍질을 벗긴다
문득,
부끄런 속살처럼
한 사내가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