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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작교
    2023.12.01 09:48

    12 월 / 김이듬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決心)과 망신 (亡身) 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 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음푹 파인 눈의 애인아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

     

    숨넘어가겠니 ? 영혼아 ,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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