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사례 2
회사원 성실한(가명) 씨는 2017년 1월 인터넷 게임을 개발하는 A회사에 근무했다. 하지만 밤샘 근무가 너무 잦고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아 6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사표를 내면서 석 달 치 밀린 월급 600만 원을 달라고 하니 사장은 “지금 회사에 자금이 부족하니 형편이 풀리면 바로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어려운 회사 사정을 뻔히 알고 있던 성실한 씨는 그 말을 믿고 일단 짐을 쌌다.
그는 B회사로 일터를 옮겨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성 씨는 알아서 주겠다는 A회사 사장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소식이 없었다. 직장생활과 청춘사업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끔 떠올려볼 뿐 연락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애인과 결혼 날짜를 잡게 됐고, 당장 목돈이 필요했다. 2020년 12월 성 씨는 A 회사 사장을 찾아갔다. “밀린 월급을 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사장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자네가 나에게 월급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3년인데, 이미 3년이 지났잖아.”
|
---|
정말로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언이 있다. 이 말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소멸시효이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지도록 만든 제도이다.
소멸시효 기간은 권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저당권, 전세권 등은 20년, 일반채권(채권이란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빌려준 돈을 달라고 하거나 특정한 물건을 넘겨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 등이다)과 판결을 받은 채권은 10년이다. 상사채권(상법상의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5년에 해당한다.
그리고 3년과 1년짜리 단기 소멸시효도 있다. 의사의 치료비, 이자, 사용료, 임금, 퇴직금, 공사비, 물건값 등은 3년 안에 청구해야 하고, 음식값, 술값, 숙박료, 입장료, 연예인 임금 등은 1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받지 못한다.
따라서 받을 돈이 있을 경우 마냥 시간만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된다. 권리를 찾기 위해 뭔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민법에는 소멸시효를 멈추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 사유)
- 청구
-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 승인
|
---|
여기서 청구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소송에는 조정신청, 지급명령 신청 등도 포함이 된다.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법률상 ‘최고’라고 한다)도 있는데 이때는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해두어야만 시효가 멈춘다. 소송을 통해 판결받으면 일단 10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된다.
승인이란 상대방이 채무를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나중에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했거나 일부를 갚았다면 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본다. 채무승인을 했다는 사실은 돈을 받을 사람이 입증해야 하므로 서류로 남겨놓은 것이 좋다. 시효가 중단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효가 진행된다.
[사례 2]를 보면 성 씨의 임금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따라서 3년이 되기 전에 일단 소송을 걸었더라면 후회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려웠다면 중간에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사장에게 각서 하나만 받아두었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야박한 일인지 모르지만, 혹시 1년이 지난 외상 술값을 다라는 사람이 있다면 소멸시효를 먼저 떠올려보라. 도의적으로는 갚아야겠지만 법적으로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이런 일로 소송을 당했다면 채무를 벗어나려는 사람이 법정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사실을 직접 주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