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형의 시효, 소멸시효, 취득시효 ... 도대체 뭐기에
공소시효, 형의 시효, 소멸시효, 취득시효...
법에서 말하는 시효는 많기도 하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힘들고 구별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아는 게 힘이다.
시효란 일정한 사실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되는 경우에 이것이 진실된 것인지를 묻지 않고 현 상태를 그대로 존중해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법에도 "세월이 오래 지났으니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제도가 있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사례를 들어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일단 공소시효와 형의 시효는 형사사건과 관계가 있고, 소멸시효와 취득시효는 민사사건과 관계 있다는 점만 기억하자.
공소시효: 묵은 범죄는 처벌 할 수 없다.
사례 1
소심녀(가명)는 고등학생 때 호기심에 엑세러리 가게에서 물건을 훔진 적이 있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그날 그녀는 가게에서 너무나 맘에 드는 머리핀과 반지를 발견한 나머지 주인 몰래 슬쩍 챙기고 말았다. 불행히도 그 광경을 휴대던화로 찍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같은 학교의 강한남(가명)이었다. 평소 그녀를 짝사랑하던 그는 긍력한 무기를 쥐게 되었다.
"나를 만나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어. 절도죄는 감옥 갈 수도 있다던데 알아서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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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 번 한다면 끝장을 보고 마는 강한남의 성격을 잘 아는 소심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데이트 약속에 응해왔다. 그것도 무려 8년 동안이나. 한 번의 실수가 인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 소심녀는 마침내 절교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제경찰서에서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가슴 졸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도둑질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안에 떨고 있어야만 살까?
하지만 이제 소심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지금 강한남이 경찰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절도죄는 죄를 저지른 후 7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소심녀는 몰랐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소시효이다. 공소시효란 어떤 죄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 더 이상 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만드는 제도이다. 세월이 지나면 진실을 밝히기 힘들고, 범죄자도 오랜 기간 동안 처벌 못지않은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고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소시효는 범죄를 끝마친 때로부터 진행된다. 단,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에 도피한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소시효는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에 나오는 공소시효 기간은 다음과 같다.
공소시효 기간
①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 : 25년(단 2015년 7월 이후 살인범죄의 공소시효는 폐지되었다.) ②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 15년 ③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 : 10년 ④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 : 7년 ⑤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 : 5년 ⑥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 : 3년 ⑦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 : 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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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을 적용해보면 사형선고가 가능한 간첩죄나 방화치사죄는 공소시효가 25년이 되고, 법정형이 무기형인 현주건조물방화·화폐위조·
강도상해죄는 15년이 된다. 사기·무고·강간죄는 10년, 절도·상해·횡령·배임죄는 7년, 폭행·명예훼손 등은 5년이 적용된다.
이렇게 공소시효 기간이 길게 바뀐 건 최근의 일이다. 2008년 이전까지는 사형 범죄에 15년, 무기 범죄에 10년 등으로 비교적 짧았다. 그런데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된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비롯하여 우리 사횡 강력범죄와 흉악범죄가 자주 일어나면서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이 개정되었다.
특히 2015년 7월 31일부터는 사람을 살해하여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중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강간살인, 장애인이나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도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소시효 제도를 보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인지, 법적 안정성이 우선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형의 시효: 형의 집행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
이와 구분해야 할 것이 '형의 시효'이다. 형의 시효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을 받지 않은 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면제되는 것을 말한다. 형의 집행이란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교도소에 가두고, 벌금형으르 받은 사람에게는 벌금을 받아내는 것을 뜻한다. 형의 시효 기간은 사형 30년, 무기징역 20년, 징역 10년 이상은 15년, 지역 3년 이상은 10년, 3년 미만의 징역은 5년, 범금은 3년 등이다. 쉽게 얘기해서 징역 1년 판결을 받고서 5년간 숨어 있으면 감옥에 가지 않고, 벌금형을 받았다면 내지 않고 3년만 버티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형의 시효를 넘기기란 쉽지 않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재판 중에 이미 교도소에 갇혀 있거나 법정에서 바로 구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벌금형의 경우도 시효가 지나기 전에 감찰이 재산압류조치 등 강제처분을 하거나 벌금 미납자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리고 있다.